우리는 흔히 투자를 '돈을 버는 행위'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의 인문학을 읽으며 제가 깨달은 투자의 진짜 정의는 내 안의 왜곡된 가설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스스로가 시장을 정확히 읽고 있다고 자만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만심은 결국 뼈아픈 투자 실패로 이어졌죠. 오늘은 부끄럽지만, 저의 실제 실패 사례를 책의 가르침에 비추어 솔직하게 고백해 보려 합니다.

1. ‘규제는 악(惡)’이라는 단순한 가설에 갇히다
몇 년 전, 저는 소위 ‘서울 규제 타깃’ 지역의 재개발 물건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서울 부동산을 잡겠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와 재건축 제한 조치를 쏟아내던 시기였습니다.
- 나의 당시 생각: “정부가 이렇게 강력한 규제를 쏟아내니 서울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 결과: 저는 그 물건을 포기했고, 대신 규제가 덜한 지방의 오피스텔에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울의 신축 아파트는 희소성을 인정받아 천정부지로 솟구쳤고, 제가 선택한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오히려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정부의 의도(규제)’가 ‘시장의 결과’를 지배할 것이라는 위험한 가설에 갇혀 있었습니다. 《부의 인문학》은 명확히 말합니다. 정치인의 정책은 나라를 평등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그것이 시장의 공급 원리까지 꺾을 수는 없다고요. 저는 규제를 ‘투자 방해 요소’가 아닌 ‘공급을 제한하여 희소성을 만드는 트리거’로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2. ‘평등’이라는 도덕적 잣대가 투자의 눈을 가렸다
또 하나 저를 실패로 이끈 것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이었습니다. 저는 지방에 새로운 기업 도시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생기고, 당연히 그 지역 부동산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도덕적 상식과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의 인프라와 교육, 그리고 일자리를 선호합니다. 정책적으로 지방에 억지로 인구를 분산시키려 할수록, 서울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더 높아졌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사회적 정의’가 투자의 ‘경제적 논리’와 충돌할 때, 저는 경제적 논리를 따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적으로 ‘지방이 발전해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산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내 신념이 세상을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가리는 필터가 되었던 셈입니다.
3. 지루한 반복을 견디지 못한 조급함
저는 투자를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게임’으로 접근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한 방’을 노렸죠.
- 실패의 원인: 시장이 조금만 조용해도 불안해했고,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물건을 갈아탔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지루한 반복(저축하고 투자하고, 다시 저축하고 투자하는 과정)’은 제게 너무나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길이었습니다.
- 교훈: 결국 투자의 고수들은 시장의 소음에 귀를 닫고, 스스로 정한 원칙대로 자산을 꾸준히 모아간 사람들이었습니다. 조급함은 비합리적인 결정을 부르고, 그 결정은 언제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4. 이제는 ‘가설’을 검증하는 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지난 실패를 통해 저는 이제 투자를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 내 판단을 ‘가설’로 취급하기: 이제 어떤 시장 상황을 봐도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단정 짓지 않습니다. “내가 틀렸을 확률은 얼마인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 진입장벽을 우선 고려하기: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은 경계합니다. 청약 통장, 까다로운 대출, 복잡한 인허가 과정 등 ‘장벽’이 있는 곳에 진정한 부가 숨어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정치적 신념과 투자 분리하기: 더 이상 정책 뉴스를 보며 분노하거나 감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정책이 공급을 늘리는지, 줄이는지, 누구에게 기회를 주는지 숫자와 논리로만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며: 실패를 기록하는 것이 곧 자산이 된다
돌이켜보면 지난 투자 실패들은 제게 아주 값비싼 수업료였습니다. 하지만 그 수업료를 치른 덕분에 저는 이제 ‘세상이 왜곡되어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배웠습니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기술이 아닙니다. **나의 오만함과 싸우고, 감정을 제어하며,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저처럼 ‘나의 신념’ 때문에 수익의 기회를 놓친 적은 없으신가요? 혹은 세상의 정책이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실패는 여러분이 투자를 못 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틀을 바꾸라는 시장의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분의 실패를 한번 기록해 보세요. 그 기록들이 쌓이고 나면, 비로소 무엇이 ‘진짜 투자의 길’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